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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멀티 아티스트'를 표방하며 등장한 기린의 신보에 수록된 곡이다. 기린이라는 이름의 유래에 대해 음반 내지의 자기소개에서는 "회화와 댄스음악을 병행하기에 '기린아'라는 단어에서 이름을 따올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있는데, 실제로는 자신이 만든 인터넷 사이트에서 따온 이름이다(기린의 인터뷰는 여기서 볼 수 있다). 2009년 자기 작품의 '사운드트랙'이라 할 수 있는 데뷔 음반 [Space Anthem]을 발표했지만 그의 '음악적' 작업이 주목을 받게 된 건 '8090 컨셉'을 내세우며 최근 내놓은 일련의 싱글들이 화제가 되면서부터다. 음반의 내지에 '그때 그 시절'을 응용한 '작품'들이 실려 있긴 해도 전작에 비해서는 음악에 무게중심이 쏠려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 음반에 대해 잡지에 짧은 글을 쓸 일이 있었는데, 내 의견의 요점은 '재미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 음반을 듣는 동안 이런 종류의 키치적 작업에서 기대할 수 있는 유머나 위트를 거의 찾아내지 못했다. 그게 중요한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유머야말로 동시대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이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비교될 수밖에 없는 UV는 '쿨하지 못해 미안하다'며 자신들의 복고에 '스윙'을 주지만 기린에게는 뻣뻣하게 재현된 컨셉만 들린다. 1980년대적인 시각적 이미지와 1990년대 음악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 또한 기린이 추억하고 재해석하는 '과거'가 다소 나이브한 건 아닌가 싶은 의심을 불러일으킨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오마주일 "내 여자친구에게"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이 음반에 대한 호오를 판단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나는 2분 남짓한 그 트랙을 끝까지 듣기가 힘들었다. 다만 이건 내가 '1990년대의 아이들'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그 시절이 기억에 없는 이들에게 이 음악이 어떻게 들릴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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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소토 유니온과 펑카프릭 부스터 등의 밴드에서 오르간을 연주해 온 림지훈의 솔로 음반 [Organ, Orgasm]의 수록곡이다. 더도 덜도 말고 '성인용 음악'이라 할 만한데, 느긋하게 꿈틀거리는 훵크 그루브 위를 능청스러운 음색의 해먼드 오르간이 구불구불 기어가는 걸 듣다 보면 '아저씨의 로망'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럼에도 '뽕'도 아니고 '땐쓰'도 아니며 '쎄씨봉'도 아닌 이 음악을 들으며 로망에 빠질 한국 아저씨가 얼마나 될까 싶은 생각 역시 든다. 회고적으로 재조직된 로망 내지는 '선수'들의 음악이라는 인상은 거기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다. 다만 이건 내가 '올드 패션한' 성인 문화에 대한 감이 전혀 없어서 든 생각일 수도 있으니 장담은 못하겠다. 그리고 그런 인상과 관계 없이 음악은 좋다.

덧. "Joshua Fit The Battle Of Jericho"는 엘비스 프레슬리, 마이클 잭슨을 비롯한 수많은 가수들이 부른 흑인 영가다. 커버 모델은 일본의 AV 배우 호조 마키이며, 비디오에는 배우 김꽃비가 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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썸머히어키즈는 포니 출신의 김원준(기타/보컬), 치즈스테레오 출신의 최영휴(베이스), 룩앤리슨의 김미숙(신디사이저), 서교그룹사운드의 최욱노(드럼)가 모여 만든 밴드다. 홍보 자료에 따르면 CJ 문화재단의 신인발굴 프로젝트인 '튠업' 2기에 발탁되어 제작비를 지원받았고, '유쾌한 불일치, 모든 가능성이 혼재하는 사운드 실험실' 같은 음악을 표방하고 있다고 한다.

이 곡을 비롯한 음반의 수록곡들에 대한 대략의 인상은 '살짝 업데이트한 것 같은 1990년대의 (영미권) 모던 록'이다(홍보 자료에서도 다이노서 주니어나 위저 등의 밴드를 언급하면서 선수를 치고 있다). 머뭇거리지 않는 진행과 카랑카랑한 기타 노이즈, 또렷한 훅, 복고풍 신서사이저, '연애'를 중심으로 돌고 도는 청춘의 존재증명까지 익숙한 풍경들이 지나가지만 진부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밴드의 음악이 복고적 방법론에 기대고 있다면 음반을 낸 과정이나 카카오톡을 이용한 뮤직 비디오 등은 썸머히어키즈가 지금 이 곳의 공기를 호흡하고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새해의 첫 게시물이니 몇 마디 덧붙여도 될 것 같다. 지난 해 결산을 하며 해외(라고 쓰고 영미권이라 읽는) 음악에 대한 관심이 예전 같지 않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아마 올해도 그럴 것이다. 블로그를 되돌아봐도 그런 것이 올리는 글도 줄었지만 외국 음악에 대한 비중도 줄었다. 외국 음반 결산에 대해 피치포크를 언급한 분이 계셨는데, 피치포크에서 리스트를 발표하기 전에 작성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외국 음악에 대한 내 소스와 취향이 그만큼 제한적이라는 의미도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런 제한적인 소스와 취향 이상으로 그 동네의 음악을 살필 이유나 열정을 덜 갖게 됐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더불어 그건 한국의 대중음악이 영미권의 음악과 상당히 다른 라인을 타고 있고, 따라서 '그 동네의 썸머히어키즈'에 쏟을 관심을 그냥 썸머히어키즈에 돌리는 것이 낫지 않은가 싶은 생각이 자주 든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외국 음악을 '레퍼런스'로 삼고 있는 경향은 꾸준하고 변변찮은 모작도 계속 나온다. 그때 '감별사'로서 평론가의 역할이 나름 있을 것이고 해외의 트렌드에 무심하기도 어려운 것 또한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외국 대중음악이 한국에서 '탈맥락화'되고 있는 듯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외국 음악의 맥락이라 해도 '썸머히어키즈는 위저 음악을 닮았다'보다는 '어째서 모두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어델 노래를 부르는가' 같은 것이 더 생각할 거리가 있어 보이기도 하고.

신정과 설 사이에 낀 애매한 밤인데, 좀 늦게(혹은 이르게) 새해 인사 올린다. 자주 찾아 주시고 이런저런 관심을 보여주시는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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